어떤 일을 하고 계시는지 간단히 소개 부탁드려요.

광고회사 TBWA에서 CREATIVE DIRECTOR로 일하며, 최근 일을 통해 자신을 키우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하는 <내 일로 건너가는 법>이라는 책을 낸 김민철이라고 합니다.

광고회사에서 CREATIVE DIRECTOR로 일을 하다보니 저는 누구보다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신나게 일할 수 있게 만드는 팀워크를 가장 우선시 하는 사람이 되었어요.

광고회사라고 말하면 뭔가 독특한 환경일 것 같지만 실은 환경 자체는 일반 회사와 비슷하거든요. 이 평범한 환경에서 독특한 건 사람들 개개인의 생각, 그 생각이 만나는 시간이 될 거예요.

그렇다면 그 생각을 최대한 잘 이끌어내주는 환경, 작게 말하면 팀워크, 좀 더 크게 말하면 기업 문화가 되겠죠. 그 환경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쾌적하게, 좀 더 효과적으로, 좀 더 즐겁게 만들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하다 보니 그걸 책으로까지 쓰게 되었습니다.

일의 특성상 아이디어 회의가 많을 것 같은데요.
좋은 회의는 어떤 모습일까요?

좋은 회의라고 하면 모두 그리는 모습은 비슷할 거예요. 모두가 자유롭게 말하고, 생산적인 결론을 향하는 그런 회의요. 하지만 그런 회의를 만나기는 정말 어려운게 현실이죠.

회의를 한다는 건, 압축적인 시간 동안 우리의 생각을 나누고 합쳐서 우리 이상의 결론을 얻는 행위인데요. 이 시간을 효율적이면서도 효과적으로 만들면, 일 진행부터 일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까지 모두 바뀌게 됩니다.

좋은 회의를 위해 제가 생각하는 원칙은 이런 게 있어요.

1. 모든 말은 평등하다.

이게 가능하려면 말에서 계급장을 떼야 합니다. 팀장 말이라서 더 존중해주고, 인턴의 말이라고 허투로 듣지 않는 거죠.

내용만 보고, 서로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되어야 합니다. 물론 어렵죠. 하지만 어렵다고 포기할 수는 없어요.

팀 모두가 적극적으로 말을 하며 회의에 참여를 할 때 일의 주도권도 다름 아닌 우리가 가져갈 수 있거든요.

2. 회의실 안의 아이디어는 모두의 것이다.

회의시간에 누군가가 아이디어를 내잖아요. 그럼 그 순간 아이디어의 주인은 더 이상 그 사람이 아닙니다. 회의실 안 모두의 ‘우리 아이디어’가 되는 거죠. 이 부분을 잘 이해하는 게 중요해요.

우리는 남의 아이디어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아이디어의 원작자를 공격하는 게 아닐까 걱정을 해요. 하지만 ‘우리 아이디어’라는 것을 합의하는 순간, 어떤 비판도, 어떤 의견도 ‘우리 아이디어’를 더 좋게 만들기 위한 생산적인 논의가 되죠. 사람은 사라지고, 우리 아이디어를 좋게 만들기 위한 생각과 마음만 남는 거예요. 그런 상태로 회의를 하면 얼마나 좋은 회의가 되겠어요? 

3. 마지막으로 숟가락 얹기의 기술.

이건 어렵지 않아요. 아이디어를 말하는 게 어려운 분들은 이거라도 꼭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좋은 아이디어가 보이면 “그 아이디어 너무 좋은데요?”라면서 숟가락을 먼저 탁 올리세요.

조금 더 시도해 본다면 “그 아이디어를 이렇게 이렇게 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라는 말까지 덧붙일 수 있겠죠. 그럼 아이디어 원작자가 기분 나빠 할까요? 그럴 리 없죠. 내 아이디어를 알아봐준 사람이 생기는 거니까요.

그리고 아이디어가 생명력을 얻고 우리 논의의 장으로 들어오게 되잖아요. 회의 전체가 생산적으로 변하죠.

좋은 회의 문화를 만들기 위한 리더의 역할도 중요할 것 같아요. 리더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요?

저도 실제로 침묵이 가득한 회의실에서, 팀원들이 입을 열도록 만들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보통 광고회사에서는 각자 아이디어를 말하고, 팀장의 평가를 기다리는 경우가 많거든요. 저는 조금도 그러고 싶지 않았고요. 제가 쓴 방법은 ‘소크라테스 산파술’이었습니다.

묻는 거죠. 듣고, 또 묻고. 듣고 또 묻고.
그러니까 아이디어들 중에서 제가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을 두고 묻는 거예요. “나는 이 아이디어가 이래서 이래서 괜찮았어. 근데 이런 걱정이 좀 들기도 해. 너네는 어때?”

그럼 팀원이 말을 해요. “그게 걱정이시면 이 부분을 고쳐보면 어떨까요?”
그럼 그 부분을 고치고 또 물어요. “이렇게 하면 좀 괜찮을까?”

계속 묻고, 조그마한 의견이라도 나오면 그걸 반영하고,
또 귀를 크게 열고, 또 묻고, 또 듣고, 또 반영하고.

어떤 말을 던져도 이 팀은 안전하다는 신호를 계속 주는 거죠. 진짜 당신들의 의견이 필요하다, 뭐라고 말을 해도 이 회의실 안에서는 다 중요한 말이다.
그럼 회의실의 불필요한 긴장도가 사라지고, 모두가 적극적으로 회의에 참여하기 시작하더라고요.

물론 한 번에 되지 않아요. 정말 오래 걸려요. 하지만 저는 좋은 회의를 하는 좋은 팀에서 일하고 싶었기 때문에 포기할 마음이 없었죠.

팀이 일 이외에도 ‘좋은 소통’을 한다면 좋을 것 같아요.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소통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언젠가 금요일 오전에 각자 재미있는 걸 가져와서 나누는 시간을 가진 적이 있어요. 어떤 친구는 최근에 본 유튜브 영상을 가져오고, 또 누군가는 자기가 오래도록 모아온 팝업북을 가져 오고요, 또 누구는 최근에 읽은 책을 가지고 오기도 했고요.

픽사에서 이런 식의 시간을 가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도 적용해 본 거였는데, 그때 그 시간보다 더 많은 것들을 얻어갈 수 있는 기회가 되었어요.

매일같이 일만 하는 팀 동료의 몰랐던 취향도 알게 되고, 평소라면 절대 들여다보지 않았을 분야에 관심을 기울여보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요. 처음엔 뭘 가져가나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그 시간이 시작되기만 하면 아무도 끝내려고 하지 않았어요.

누군가의 취향을 보다가, 자기가 최근에 본 다른 즐거운 거리들을 공유하고, 또 생각난 무언가를 더하고, 그러면서 취향의 시간이 엄청나게 풍성해졌거든요. 놀랍게도 이 소통이 업무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는 거에요. 서로 관심사를 공유하니까 레퍼런스를 찾는다거나 할때 서로 생각이 통하는 경우가 많았죠.

회식도 좋지만, 업무 중에 서로를 다른 식으로 알아가는 이런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팀워크를 다지는데 도움이 크게 되는 것 같아요.

팀에서 동료들과 함께 일을 한다는 것은 기쁘고 재미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또 굉장히 힘든 일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팀플레이를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좋은 팀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결국 빚어가는 거죠. 오랜 시간 모두가 함께 공들여서요. 함께 비도 맞고 눈물도 흘리지만, 대부분의 시간에 같이 웃고, 적어도 같이 웃으려 노력하죠.

서로의 의견을 조율해가며 각자가 생각하는 최적의 우리 팀을 향해 계속 나아가는 것입니다. 아직 가장 좋은 우리 팀은 완성되지 않았으니까. 우리가 이 팀을 계속해서 더 좋은 팀으로 만들 테니까, 모든 팀플레이를 하는 여러분이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우리가 좋은 팀을 만든다면, 결국 가장 좋은 건, 그 팀에서 일하는 우리가 될 테니까요.

내가 생각하는 일하기 좋은 공간이란?

플렉서블(flexible)한 공간이 일하기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필요에 따라 바꿀 수 있고, 필요 없으면 치울 수 있고, 다시 필요하다면 가져다 쓸 수 있는 가변적인 공간이죠.
플렉서블한 공간에서는 일하는 사람들이 최적의 공간을 직접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에요.
업무환경을 직접 만들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해 주는 공간이 일하기 좋은 공간이 아닐까요?